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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홋웹진 참여글 입니다 뭐래…. 야, 전원우가 순영이 여친 뺏어서 그런 거야. 존나 그게 다야. 구지별이 정색했다. 얘는 술도 못 먹으면서 여긴 왜 왔어? 왜 왔겠냐. 오지랖이지. 두 사람은 지별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려 고뇌에 빠진다. 지별은 아직 술엔 입도 안 댔는데 과도하게 상기되었다. 원래 주연 나타나기 전에 내가 앞을 깔아줘야 하는 거 아니겠냐. 마음을 먹은 게 틀림이 없이 공기는 텁텁하고 맥박이 세차게 뛰어노는데 세 사람은 철판에 눌어붙은 쌀알들이나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순영이 오면 뭐라해. 눈초리만 진자처럼 왔다 갔다…… 너 그때 봤어? 뭐 말이야? 권순영 문자. 권순영이 전원우한테 받은 문자. 아 그거……. 누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자리 잡은 침묵. [나도 너 보고 싶은데.] 그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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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타입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당 *헤테로 윤홋 (호시 젠더스왑) 이 고딩은 태생부터가 구리다. 고딩 윤정한의 부양의무자는 정한을 눈 내리는 날 밤, 정류장에 버렸다. 30인치 캐리어에 담아 용의주도하게. 그래서 웬 이름 모를 정류장이 정한의 고향이자 첫 번째 인생 시작점. 하지만 지나가던 공무원의 값싼 정의로움으로 정한은 미리내 고아원으로 옮겨졌다. 그곳이 두 번째 인생 시작점. 당시 정한의 나이 1.05세였다. 1.05살이면 죽임당해도 지가 죽는지 모를 나이잖아. 와씨…. 특권이었는데. 졸라 그때가 기회였는데. 정한이 나이를 더 먹고 입양되지도 않는데 캐리어 태생이라고 줄지어 놀림만 당하자 정한은 얼떨결에 고아원을 가출했다. 그때는 가출이 가출인지도 모르는 특권의 나이 일곱 살. 아득바득 기어 나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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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타입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당.. murmur0526.postype.com/ *아나버스 인간 본성에 기인한 인류 최상의 욕구란 무엇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구에 충실하다. 그렇게 설계되어 태어났기 때문인데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느냐 하면. 일단 사람이라는 말 자체로 사람의 존재가 정의된다. 사람은 삶이다. 삶을 산다, 산다, 살아, 사라, 사니까, 사람이라, 즉, 살기를 알기 때문에 사람으로 불리게 된 건데 이 세상에 사람만 生하는 것이 아니니 이름을 독점하는 건 인간 우선주의가 아닐지 싶을 수 있다. 어쩔 수 있나. 본래 사람 처지에서 쓰인 것은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도리. 아무튼 사람의 출발은 태초부터. 우주 만물이 죽고 생명이 태어나는 시점부터 커져 왔다. 신이 신인 줄 알게 된 인간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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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성격을 알 것 같은 이름들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다정할 것 같은. 정-한-. 선배.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입안에 넣고 굴리다가 혀가 설탕물에 발려 진득해지는 탓에 당신 이름을 되뱉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싸이코-메트릭 설탕물의 효과다. 그 사이 윤정한은 턱을 괴고 나를 잠깐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나는 윤정한의 행동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수억 개의 의미를 짜 맞춘다. 내가 그렇게 소모되는 동안 윤정한은 금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바보들. 만인에게 관대한 게 대수인가. 뭐 아무에게나 친절할 줄 아는 게 업적도 아닐 텐데. 윤정한은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아무한테나 사랑받고 사랑으로 갚는다. 그래서 남는 게 영이 된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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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공웹진 참여글 *요르고스 란티모스, [킬링 디어] 모티브 이 망할 학교를 어떻게 나가지? 전원우는 눈을 흘긴다. 칠판 앞 선생을 출두로 뒤돌아 있는 조악한 뒤통수들. 몇몇 군데의 자리가 비어있는데 그건 행방불명이라는 뜻이다. 샤프를 쥔 손에 땀이 찼다. 금빛 학교 자수가 가슴팍에 박힌 멀끔한 자색 교복이 팔을 조인다. 오늘의 내 친구가 자정의 저주도다! 소시오패스가 만든 칠판 위 영롱한 문구를 입술 깨물며 노려본다지만 원우의 칼끝은 이 애들이 아니라 이사장에게 가 있다. 가문의 수치. 가문에서 이 게임으로 세 명이 실종되었는데, 이걸 만든 게 이사장이자 정치인인 삼촌이다. 무녀독남이 된 원우의 잃어버린 형제들은 꿈속에 기거한다. 잊을 수 없이 잔상으로 남아 발버둥을 친다. 그들이 게거품을 물면 어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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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공웹진 참여글 이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의 어디쯤에서 비롯된다. 안녕(bye) 그날 이후 정말 오랜만이야. 마지막 만찬의 풍경은 단지 태터솔 체크무늬였다고 일컬을 수 있다. 즐겁지 않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일은 한심하고 또 앞에 있는 사람은 더더욱 한심했다. 찬은 입술을 우그러트린다. 언제부터 이별이 내게 소풍이었던 거지? 식당 안 인테리어는 적당히 유럽식을 따르고 있다. 유럽 가보지도 않았는데. 차르다시 바이올린 소리가 깔리는 여름 한낮. 스산한 에어컨 바람이 목 뒤에 끼친다. 유리병에 꽂힌 분홍색 장미 한 송이가 옆에. 배경은 온통 깨끗하게 때 안 탄 하얀색. 몰딩까지 완벽하게. 케첩이라도 묻으면 눈 째진 건물주가 노발대발할 것 같고. 이게 꼭 마치 자기 심정 같은 것이라, 인상 깊게 남은 건 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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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공웹진 참여글 노을빛 물이 들면 경계가 생겨났다. 공대 출신이라 아날로그여도 전자기기쯤은 껌이다. 둥둥 떠돌아다니는 전축을 잡아 고물차 빈 트렁크에 올려놓고 악기점에서 쌔벼온 앰프를 연결했다. 밤이 사라진 지 22일이 되어간다. 통화는 끊겼고 사람은 증발했어도 우리는 그대로였다. 모르는 사람들의 다발적 목소리를 들은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던지……. 거리가 허허벌판이었으나 그나마 볼거리로 부서진 건물들과 중력 잃은 것처럼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물건들이 있었다. 우리는 현대미술이 익숙지 않았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걸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포기했다. 밤이 사라지는 이유를 우리가 규정하지 못하듯이. 멀쩡한 줄 알았던 전축이 금방 고장이라 근처의 철물점으로 향했다. 부서진 유리 조각에 손을 찔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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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운더 합작 참여 글이었고 결말이 없습니다 영화관 아르바이트? 초롱한 눈망울을 주시한다. 부딪혀오는 게 기시감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드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며 지극한 갈망을 토로하던 친구 A에게 있어 윤정한은 이 지금,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A, Answer에 불과할 뿐. 대화 주제를 자신의 동거인으로 바꿔버린 A에게 윤정한은 무어라 되짚어 뱉어낼 말이 없다. 주춤대며 시간을 끈 지 몇 초. 흐른다…… 십오 초쯤. 십오 초가 넘어가는 고개에 멈춰 서있는 윤정한은 망설이다가, 너랑 같이 사는 걔, 걔가 거기 메가박스에서 일하잖아. 아니야? 이 문장에서 휘청여 넘어진다. 맞긴 한데. 한데, 뭐? 걔랑 안 친해서. A는 금세 당황한 표정을 일궈냈다. 같이 사는 데도 안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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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의 고양이는 내 발목을 좋아한다. 누워있는 나를 의식하곤 내 발목에다 머리를 비비적거리는데 그 포근한 털의 촉감이……. 야옹, 하고 울길래 따라서 야옹으로 답했더니 얼굴 쪽으로 달려오는 코리아 숏헤어. 온통 까만 털에 노랑과 연옥의 중간색으로 빛나는 눈은 권순영만큼이나 심장에 해롭다. 나는 짧고 통통한 두 다리 밑에 손을 넣었다. 그르렁거리는 소릴 낸다. 팔을 들어 몸체를 들어 올리자 멀뚱히 놀라는 표정은 주인을 닮아 귀여워 난리도 아닌데 주인 권순영은 지금. 뭐 하냐. 다가와서 고양이를 뺏어가는 폼이 퉁명스럽다. 그리고는 다시 말투를 바꿔서, 콜라는 내가 좋대. 이응을 붙여 일부러 귀여운 목소리를 낸다. 평소 나를 대하는 권순영과 오백 킬로미터 정도 거리가 멀다. 내 앞에서는 곧잘 애교도 안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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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저 형을 내 남친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새내기 권순영은 혼잣말로 뇌까렸다. 숫자 과제는 끝이 났고 순영은 과제물을 제출하러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스럽고 고결한 감정에 뒤섞인다. 몸속에는 빈곤한 농한기를 겪는 듯하게 다 죽어가던 마음이 새로운 잿불에 피지직 타오르는 것, 그런 것, 어떤 것. 어떤 무수한 충동과 주인 향한 사랑이 피어올랐으나 남들 앞에선 없는 일처럼 일단 숨죽여보는 것이 천성. 엄숙한 수학교육의 질서에 버무려진 냉랭한 낯들이 한가득인 강의실을 얼른 벗어나며 순영은 정한을 앤디 워홀의 아트워크처럼 기억에 도장 찍어 본다. 얼굴의 반쯤을 차지하는 은테 안경 윤정한이 손을 살짝 들어 작게 흔들어줄 때, 냉랭 속에 가까스로 일렁대는 온풍……. 심장을 움켜쥐고픈 심정을 진정시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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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아, 나 나갔다 올게. 저녁때쯤 올 거라서 내가 늦으면 먼저 밥 먹구 있어, 거르지 마! 부르는 건 자유다. 철자 사이에 다정함은 토대고. 지킨 적은 손에 꼽아도 꼬박꼬박 목적지와 귀가 시간을 일러주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분명 선택이지만… 매너라는 테두리 안에 정착한 정한의 버릇에 순영의 시간은 정한이 나서자마자 똑딱거림을 중단한다. 이상하네……. 오늘도 권순영은 고민한다. 동거인이 자꾸 집을 비워둬서인지 언제부턴가 꾹꾹 눌러 담아도 방 안에 꽉 끼어버리는 외로움이, 커져 방 밖으로 삐져나오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을. 마치 PAUSE 버튼이 눌린 무형 무성의 오디오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윤정한은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살자고 몸을 욱여넣어 입주한 윤정한 씨에게 권순영 씨는 그동안 덧쌓인 궁금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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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 원홋 gs 홋 지수를 따라가서 본 으리으리한 대궐은 겉으로는 여느 부잣집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양새였다. 일전에 지수는 학보사 후배들을 불러 모아 주말에 시간을 내달라 간곡히 부탁하였고 결과적으로 이에 응해준 후배 둘을 데리고 영등포의 자기 집으로 향했다. 봄이 흔적 없이 지나간 무렵이었다. 그 축에는 전원우도 끼어있었다. 시가지를 뒤로하고 담쟁이덩굴이 휘황하게 늘어져 있는 담벼락이 지키고 서 있는 홍지수의 집. 가세가 등등한 대궐집으로 들어서는 지수의 뒤를 따라 들어온 거실은 흰 레이스 덮개에 덮인 피아노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고서들로 하여금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계단을 올라, 지수가 자신의 방문을 열기 전까지는. 문이 열렸다. 여기야. 굵다란 글자가 박혀있는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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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는 헌 옷 수거함에 누군가 붙여놓은 예수그리스도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갸우뚱 젓는다. 계략은 태산보다 높고 구원은 거기 있으랴. 누가 지었는지 더러운 문구였다. 구린 말에는 구린 악취가 나니까. 구원? 구원의 수요가 없는 곳에 무슨 구원. 사람이 없어지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는 무無형태의 마을에는 죽음밖에 남은 게 없어서 다 죽어가는 곳의 유일한 생명인 낡은 햇빛만이 마을의 머릴 덮었는데 무슨 구원……. 원우는 드넓게 펼쳐진 밭을 본다. 완연한 가을이다. 벼가 고개를 숙였고 원우는 고개를 들었다. 태양열에 실명하듯 초점이 멀어져 곧 열사병을 앓을 듯하다. 그때, 멀리서 흙길을 파헤치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빼앗기니 어느새 주변은 굉음으로 둘러싸이고, 먼지를 일궈내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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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함에 또 편지가 들어있다. 다 뒤져버리라지. 지수는 스스로 아름답지 못한 것들에게 낭비하지 않는다. 낭비하지 않아서 거들떠보지 않는다. 지수는 하얀색의 편지지를, 그마저도 밑줄조차 그어진 게 없어 비틀린 글자들이 가시처럼 박힌 종이를 살피지도 않고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로 인해 지수의 사물함은 텅 비었다. 원래는 비어있으면 안 되었다. 지수는 학교 안 모든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라 지수에게 공간이 생겼다는 건 걷잡을 수 없이 빈곤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지수는 채워야 할 게 많았다. 많은 것들이 지수를 사랑하여 지수는 모두에게 똑같은 애정을 준다. 일종의 관심. 지수가 입학 후 바로 한 일은 과학부에 들어간 것이다. 예부터 과학을 좋아하던 지수는 어려운 낱말들을 환상이나 낭만으로 칭하며 외우기 힘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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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의상 전화를 못 하겠기에 기어코 펜을 들어요. 선생님께서는 언젠가 제게 종이에 닿는 펜촉의 감촉은 좋다고 하셨죠. 이제야 그 기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감사드려요. 선생님, 살면서 한 번이라도 무화과나무숲에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들어보신 적은요? 얼마 전에 저는 무화과나무로만 울창하게 뻗어있는 숲 속 한가운데에 있었어요. 정말로요. 중앙에서, 어련히 햇빛을 받고 있었어요. 범람하는 댐처럼. 만약 선생님께서도 그곳에 계셨다면 유쾌한 일이라고 얘길 하며 돌아다니셨을걸요. 확실히 흥미와 재미가 접점 하는 곳이긴 했어요. 제가 일부러 찾아가진 않았어도 어쨌거나 저는 그 안에 있었어요. 뭐, 그렇게 보였으니까요. 그런 숲은 처음 본 형태였고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감정이 막, 모호한 ..